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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물가에 신음하는 1400만 도민, 경기도 손놓았다

중앙정부는 차관급 책임관 제도...경기도는 할인 행사만 반복
"경기도민 86.6%가 생활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느끼고 저소득층 40.3%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경기도는 2026년 예산안에서 미미한 물가 대책으로 그쳐 근본적인 물가 안정 시스템 부재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추석명절을 앞둔 수원 장안구의 한 전통시장 (사진=순정우 기자)
경기도민 86.6%가 생활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느끼고 저소득층 40.3%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경기도는 2026년 예산안에서 미미한 물가 대책으로 그쳐 근본적인 물가 안정 시스템 부재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추석명절을 앞둔 수원 장안구의 한 전통시장. (사진=순정우 기자)

[중앙신문=순정우 기자] 2025년이 저물고 있지만 경기도민 10명 중 9명이 생활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경기도의 대응은 할인 행사 수준에 그쳐 비판이 일고 있다.

11일 중앙신문의 취재를 정리하면, 1달러당 1500원을 바라보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각종 내수부진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고물가 상황에서 내년 경기도의 직접적인 물가 안정 정책 예산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가 차관급 물가안정책임관 제도를 신설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도민들은 고물가에 가계경제가 비상이 걸렸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민 86.6%가 생활물가 상승을 '매우' 또는 '다소' 심각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월평균 가구소득 276만원 미만 저소득층에서는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40.3%에 달했다. 생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70.4%를 기록했다.

전체 응답자 중 19.0%는 '매우 어렵다', 51.4%는 '약간 어렵다'고 답했다. 저소득층은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32.8%로 조사됐다.

#할인 행사, 임산부 지원만 되풀이

경기도가 2025년 내놓은 고물가 대책은 11월 '경기 살리기 통큰 세일'이 대표적이다. 도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430여 개소에서 최대 20% 페이백을 제공하는 행사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정책들은 일시적 부담 완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물가 안정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할인 행사는 짧은 기간에 그치고 임산부 지원은 특정 계층에만 한정된다.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2.4% 상승하며 1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도 전역 400여 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참여하는 소비진작 프로젝트 ‘2025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이 21일 오산 오색시장에서 개막했다. 총 1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행사는 29일까지 9일간 도내 각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사진제공=경기도)
지난 6월 실시된 경기도 400여 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참여하는 소비진작 프로젝트 ‘2025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에는 총 1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다.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민이 체감하는 물가 압박은 더욱 심각하다. 물가 안정 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품목으로 달걀이 41.2%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쌀 18.2%, 야채 13.4%, 돼지고기 9.4% 순이다.

#중앙정부는 차관급 책임관 배치...지자체는 대책 부재

중앙정부는 부처별 차관급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임명해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관리를 전담시키는 강력한 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각 부처는 담당 품목의 수급과 가격 동향을 총괄하며 필요 시 할인사업과 할당관세 등 정책수단을 즉각 집행한다. 경기도처럼 1400만명이 거주하는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도내 유통망 관리와 전통시장 육성, 농산물 직거래 확대 등 지자체 차원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의회 한 의원은 "도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경기도는 선심성 행사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물가 안정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착한가격업소 자진 해지도 급증

경기도의 착한가격업소 자진 해지 건수는 2023년 72건, 2024년 73건에서 2025년 9월 기준 104건으로 급증했다. 고물가로 인한 원재료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업주들이 제도에서 이탈하고 있다. 소상공인들 역시 고물가와 임대료 상승, 인건비 부담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도가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폐업률만 높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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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원의 전통시장 상인은 "할인 행사 때만 손님이 몰리고 평소에는 장사가 안 된다"며 "근본적으로 물가를 잡아줘야 장사도 되고 도민들도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3월 경기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1%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1.3%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과 기상 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경기도는 농업 생산 규모가 큰 지역임에도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나 비축 물량 확보 같은 수급 안정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망 구축도 더디다.

평택에서 농업 유통과 관련있는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때만 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평소에는 방치한다"며 "연중 안정적인 수급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민 "평생교육으로 고물가 대응 배우겠다"

물가 상승 대응 교육을 묻는 항목에서는 '경제 흐름과 물가 구조에 대한 이해'가 54.0%로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59.8%는 물가 대응 교육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행정의 대책이 미흡해 도민 스스로 물가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경기도가 실질적인 물가 안정 정책을 펼치지 못하면서 도민들이 자구책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2026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물가 안정보다는 복지 예산에 치중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돌봄·안전 분야에 1조3927억원을 투입하는 반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예산은 1194억원에 불과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복지·여성 분야 326개 자체사업에서 약 4465억원이 감액됐다는 점이다.

내년 치러지는 제9회 지방선거중 경기도지사직 인구·정치적 위상 모두 최대 규모로 지자체장 선거중 가장 영향력크다. 사진은 경기도청사.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청사. (사진제공=경기도)

#복지 예산 4465억원 감액에도 물가 대책은 1194억원

복지 예산마저 대폭 삭감하면서 정작 도민 86.6%가 심각하게 느끼는 생활물가 안정 대책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원시 장안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경기도가)복지 예산도 줄이고 물가 대책에도 소극적"이라며 "1400만 도민의 실질적 생활고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편성된 1194억원은 전통시장 현대화 특례보증 손실보전 '힘내 GO카드' '경기 살리기 통큰 세일' 등에 분산된다. 이는 직접적인 물가 안정 정책이라기보다 소비 촉진과 소상공인 지원에 가까운 성격이다. 도민 86.6%가 생활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느끼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독자적 예산 편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농산물 수급 관리 예산이나 물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예산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복지 예산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복지 예산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대다수 도민이 체감하는 고물가 대책은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40.3%가 생활물가를 '매우 심각'하게 느낀다는 조사 결과는 복지 수혜자조차 물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체계적 물가 관리 시스템 구축 시급

경기도는 1400만명이 거주하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특성상 물가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중앙정부 정책을 현장에서 실행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활성화 농산물 직거래 확대 공공급식 확충 착한가격업소 지원 강화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연중 지속되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다. 복지와 물가 안정의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도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근본적인 예산 편성 방향 재검토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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