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은 어느 기관에 베푸는 은혜가 아니라, 시민들이 낸 세금이 모여 사회의 약한 곳을 지탱하는 공공 재정이다. 그래서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떻게 쓰였는지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 최근 안성시가 A센터의 2026년도 보조금을 전액 삭감한 결정은 그 신뢰의 원칙을 되새기게 하는 사건이다.
이번 사안의 근거는 명확하다. 장애인 자립 지원을 위해 지급된 예산 일부가 센터 전 대표의 개인사업장 시설 조성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고, 이 행위는 2024년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법원이 인정한 부정 집행은 더 이상 해석의 여지가 없다. 복지예산은 누군가의 영업 기반을 위한 돈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도달해야 할 생계 기반이다. 그 돈을 사적으로 돌리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당사자에게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안성시가 2026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보조금을 전액 삭감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조치였다. 법원 판결까지 난 기관에 세금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공익과 행정의 책임성 모두에 맞지 않는다. 특정 기관의 운영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 세금이 투명하게, 정당하게 쓰이고 있다는 신뢰다. 행정이 그 신뢰를 지키지 못한다면 복지체계는 쉽게 흔들린다.
센터 측은 대표자가 교체됐으니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보조금 집행의 법적 책임은 보조사업자 전체에 있다. 더구나 새로운 대표가 전 대표자의 배우자라면 운영 구조가 실질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명의만 바뀐다고 해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는 시스템이 바뀌고 운영 방식이 투명해질 때 비로소 되돌아온다.
그럼에도 복지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 안성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서비스를 끊김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운영 체계를 마련하고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복지행정의 목적은 잘못을 바로잡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데 있다. 제재는 행정이 가져야 할 원칙이지만, 복지의 연속성은 행정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의무다.
일부에서 제기된 '장애인복지 예산 축소' 우려도 사실과 다르다. 안성시는 2026년 장애인복지 예산을 올해보다 약 23억원 증액했고, 삭감된 일부 사업은 17억원 넘는 전액을 시비로 다시 편성해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했다. 이는 보조금 부정사용에는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복지 책임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시의 방침을 보여준다.
보조금은 신뢰로 움직이는 재정이다. 한 번 흔들리면 시민의 믿음도 무너진다. 이번 사건은 안성시가 관리·감독 체계를 더 촘촘하게 갖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사후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회계 공개, 정기 점검, 명확한 책임 규정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보조금은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자원이다. 그 돈이 정확하게 쓰이도록 지키는 일은 행정의 책무이자 사회의 기본이다. 이제 안성시는 보조금 신뢰를 지키는 길 위에 섰다. 이 길이 단단히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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