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확장보다 ‘밀도’를 택한 구리시…2026년 시정의 성패는 균형에 달렸다

이건구 기자
이건구 국장
이건구 국장

백경현 구리시장이 정례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놓은 2026년도 시정 방향은 ‘민생 안정’과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두 축을 동시에 세운 구조다. 7437억원 규모의 예산안과 함께 제시된 6대 전략은 단기 복지와 생활경제 지원, 중장기 교통·환경·자족도시 기반 확충을 병행하는 형태다. 작은 도시가 큰 변화를 시도하는 만큼, 그 설계와 실행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즉각적 체감이 가능한 복지 정책의 강화다. 65세 이상 교통비 지원, 국가유공자 명예수당 인상, 노인전문요양원 증축, 입학준비금 지급 등은 예산 투입이 곧 시민 일상에 닿는 조치들이다. 전통시장 정비, 소상공인 특례보증 확대, 지역상품권 운영 역시 경기 둔화 속에서 지역상권과 주민 소비를 연결하는 소규모지만 실효성 있는 장치다.

그러나 2025년 기준 재정자립도 27.1%라는 현실 앞에서 이러한 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분배가 필수적이다. 복지와 경제, 인프라가 모두 필요하다는 명분만으로 동시 확장에 나서기에는 재정 여력이 넉넉지 않다. 단기 복지를 급격히 확대하거나 대형 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향후 재정 부담이 도리어 시민 삶의 질을 제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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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과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교통 인프라 확충 전략은 분명 구리시의 잠재력을 넓히는 핵심 축이다. GTX-B 갈매역 정차, 광역도로 확장, 지하 관통도로 건설 등이 현실화된다면 서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고 인구·기업 유치력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은 장기 과제인 만큼 단계별 성과 관리, 재원 확보 계획, 시민과의 소통이 갖춰져야 정책 기대치가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구리시 전략에서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확장보다 밀도’라는 선택이다. 남양주·하남이 신도시 확장과 산업벨트 구축을 중심으로 외연적 전략을 택한 반면, 구리시는 기존 도심과 생활권을 중심으로 정책을 촘촘하게 재배치하고 있다. 도시 규모와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 접근으로, 정책의 실효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작지만 효율적인 도시 모델’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2026년은 구리시가 ‘지금의 민생’과 ‘내일의 기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시험받는 해이다. 복지는 즉각적 체감으로 이어져야 하고, 인프라는 미래를 열어야 한다. 두 정책이 충돌하지 않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 정책 우선순위 설정, 투명한 행정 과정이 필수적이다. 백경현 시장이 강조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예산 집행’이 실제 행정 전반에 구현된다면, 구리시는 수도권 동북부에서 작지만 경쟁력 있는 도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민선8기가 맞이할 병오년(丙午年). 구리시가 과연 민생과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낼 수 있을지—그 해답은 결국 균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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