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에서 5만 원권 위조지폐를 돌며 거스름돈을 챙긴 일당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이천과 경기 광주 일대 식당과 편의점 12곳을 오가며 위조지폐 5만 원권을 사용했고, 경찰이 확보한 위폐만 20장에 달한다.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대전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한 장의 위폐라 해도 영세 점포에게는 하루 매출을 뒤흔들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생활형 범죄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위조지폐 문제는 결코 사라진 적이 없다. 2024년 한 해 동안 금융기관과 화폐 취급 과정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는 143장이었다. 올해(2025년) 상반기 적발 건수는 48장으로 집계됐다. 감소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금융기관에서 확인된 숫자일 뿐이다. 이천과 광주 사례처럼 현장에서 실제 사용된 위폐는 대부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특히 올해 들어 적발 건수가 다시 늘어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과거 대량 제작됐던 특정 기번호의 위폐가 시중에서 다시 발견되는 ‘재유통’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심야 시간대 영세 점포나 경험이 적은 근무자를 노리는 범죄 방식이 확대되면서 실제 유통 규모가 통계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위조지폐 유통은 단지 한 가게의 손실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화폐는 국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약속이고, 그 약속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것은 시민과 영세 자영업자다. 현금 결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업종에서는 위폐 식별 장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바쁜 시간이나 야간 근무 환경에서는 위조 여부를 즉시 판단하기도 어렵다. 이천 사례처럼 ‘거스름돈’만 노리는 방식은 범죄의 문턱을 낮추며, 더 많은 모방 범죄가 뒤따를 우려가 있다. 위조지폐가 한 장이라도 유통되는 순간 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각심과 관리·감독의 촘촘함이다. 위조지폐를 가볍게 여기면 그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위조지폐 제작과 유통을 경제 질서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편의점·프랜차이즈·시장 상점 등 취약 업종에 대한 위폐 식별 안내를 강화하고, 현장에서 의심 지폐가 발견될 경우 즉시 신고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심야·취약 시간대 특정 상권에 대한 집중 단속도 강화돼야 한다.
경제의 신뢰는 작은 균열에서 무너진다. 이번 이천 사건은 위조지폐가 여전히 우리 일상 가까이에 존재하며 언제든 경제 질서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조지폐를 결코 사소하게 넘겨선 안 된다. 화폐 신뢰를 지키는 것은 곧 국가의 기초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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