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SGFPC(Singapore Global Firefighters & Paramedics Challenge)에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이름으로 처음 참가했다. 19개국 구조대가 한자리에 모인 국제무대였고, ‘첫 출전’이라는 말은 설렘과 함께 묵직한 부담을 안겼다. 우리 역량이 세계 기준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이후 그 긴장감은 빠르게 ‘확신’으로 바뀌었다. 각국 구조대원들과의 교류, 이어진 훈련을 거치며 KDRT의 현재 수준을 스스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일 차 ‘Ex Global Response’ 실전형 시나리오 훈련은 결정적이었다. ASR 3 등급 복합 구조 상황에서 우리 대원들은 자연스럽게 현장을 지휘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주최 측이 우리에게 안전 책임관 역할을 맡긴 것 또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언어 장벽, 낯선 환경 속에서도 침착하게 지휘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팀의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구조 역량은 이미 국제적 기준을 뛰어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이 위치는 자만이 아니라 책임으로 다가왔다. 국제 구조 분야의 최상위 등급인 ‘헤비(Heavy)’ 팀으로서, 아직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국가들과 함께 성장해야 하는 사명감이 그만큼 무거웠기 때문이다.
훈련 과정에서는 ‘기본과 첨단의 공존’이라는 인상 깊은 장면도 있었다. 메타(Meta)의 VR 기기를 활용한 쇼어링(구조물 안정화) 기초 학습은 효율적이었고, 실제 재난 대응 체계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됐다. 반면 실제 폐차를 절단하고 진입 경로를 확보하는 ‘Rip-It-Off’ 훈련이나 극한 체력전인 ‘Braveheart’는 냉혹한 현실 그 자체였다. 장비 수준과 숙련도 차이, 그 현장에서 드러나는 모든 격차는 구조 현장의 진실이었다. 우리는 매뉴얼에 따라 차량 안정화에서 절단면 정리까지 흔들림 없이 수행했고, 결국 화려한 기술보다 기본기가 실전 대응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국제 심판관과 타국 대원들로부터 “한국 구조대는 믿음직하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였다. 그 말은 단지 기술이 뛰어났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가 보여준 태도·협력·팀워크에 대한 인정이었다. 국적도 언어도 서로 달랐지만, 땀과 손짓으로 소통하며 서로 의지한 경험은 글로벌 구조대원으로서 시야를 넓혀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이번 도전이 남긴 과제들을 떠올렸다. 첫째, 운영과 현장의 경계를 허무는 올라운더로의 성장이다. 구조 기술뿐 아니라 운영반의 정보 흐름·물류 체계까지 이해할 때 진짜 현장 중심의 유기적 팀워크가 가능하다. 둘째, 겸손한 리더십이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명확하고 친절하게 전달하며, 국제 무대에서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 실전형 훈련의 디테일 강화다. 경연에서 느낀 압박과 긴장감을 실제 재난 상황의 스트레스로 치환해,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본기를 반복적으로 쌓아야 한다.
이번 SGFPC 첫 출전은 나에게 자부심과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한국 소방이 세계 어디서든 ‘신뢰’라는 단어와 함께 기억되도록, 이번 경험을 실전 대응력으로 전환해 더욱 견고한 구조대원으로 성장하겠다. 대한민국 소방관의 이름 위에 세계가 기댈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마음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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