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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萬事] 달콤함 뒤에 숨은 병, 미리 막는 삶의 지혜

강상준 기자
강상준 기자
강상준 국장

당뇨병은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는 말은 우리 주변에서 오래 회자된 문장이다.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으면 “그러다 당 온다”던 어른들의 경고는 농담처럼 들리면서도 은근히 겁을 주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된다. 그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는 것을.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 역시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당뇨병은 ‘먹는 문제’만으로 발생하는 병이 아니며, 오히려 그 이상을 설명해야만 이해되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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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생활 속 예방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률을 보면 이유가 보인다. 우리나라 성인 당뇨병 유병률은 남자 13.3%, 여자 7.8%. 숫자만 보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이는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이다. 인구 비중이 높은 젊은 층의 낮은 유병률이 평균값을 끌어내린 결과다. 연령대별로 보면 얼굴이 달라진다. 60대 남성의 유병률은 35.5%, 70대 이상 여성은 28.5%. 나이가 들수록 사실상 ‘세 명 중 한 명이 앓는 병’으로 현실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욱이 당뇨병을 잘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만 보는 관점은 소아·청소년에게 나타나는 1형 당뇨병을 설명하지 못한다. 1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가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잘 먹어서 생기는 것도, 비만 때문에 생기는 것도 아니다. 몸이 스스로 자신을 공격해 인슐린이 사라지는 병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도, 마른 학생도, 운동을 열심히 하던 청소년도 한순간에 평생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환자가 된다. 당뇨병을 한 줄로 “먹어서 생긴다”고 판단해버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잘 먹는 법’이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이 많을수록 몸은 둔해지고, 둔해진 몸은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을 잃는다. 그래서 질병청이 내놓은 6대 예방수칙은 결국 옛 어른들이 알려준 가장 단순한 지혜다. 적당히 먹고, 많이 걷고, 술·담배를 줄이고, 체중을 점검하고, 때때로 피검사로 몸의 신호를 확인하는 일. 병을 막는 지혜는 늘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

20~30대 젊은 층의 위험은 또 다르다. 인지율·치료율·조절률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다. “내가 당뇨겠어?”라는 방심이 병을 키운다. 젊은 나이의 탄력성에 기대 방심하면, 어느 날 갑자기 혈당 수치가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질병청이 올해 카드뉴스, 다국어 자료, 쇼츠 영상까지 제작해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한자 ‘당(糖)’은 단맛을 뜻한다. 그런데 그 단맛이 병의 이름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삶이 주는 교훈과 닮아 있다. 달콤함은 짧고, 그 뒤에 남는 찌꺼기는 길다. 단맛의 즐거움은 순간이지만, 몸에 남긴 빚은 오래 쌓인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미리 대비하라는 ‘미우주모(未雨綢繆)’를 지혜로 삼았다. 비 오기 전에 처마를 고치라는 그 말은, 당뇨병 예방의 핵심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운동 역시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걷는 일,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일, 들길과 산길에서 느린 맨발 걷기를 시도하는 일. 이런 사소한 움직임이 약보다 강력한 예방이 된다. 하루 30분을 몸에 돌려주는 일은 가장 오래된 건강의 처방이다.

당뇨병은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잘 살아야 막을 수 있는 병이다. 병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습관이 쌓이고 몸이 조용히 보내는 신호가 쌓일 때 그것을 알아듣고 삶의 속도를 조정하는 것. 그 작은 지혜가 달콤함 뒤에 숨어 있는 병을 이기는 힘이다. 세계 당뇨병의 날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단순하다. 절제와 움직임, 그리고 생활 속 작은 실천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예방이고 가장 확실한 지혜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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