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이건구 기자] 양평군 용문산 용문봉에서 추락해 고립됐던 70대 등산객이 소방대원과 함께 산속에서 밤을 지새운 끝에 16시간 만에 구조됐다.
12일 양평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17분께 용문산 용문봉(해발 약 1050m)을 등산하던 70대 남성이 하산 도중 미끄러져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수색에 나섰다.
수색 끝에 구조대는 오후 6시52분께 용문봉 아래쪽 비탈에서 부상자를 발견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남성은 의식이 있었지만 이마와 얼굴에 열상을 입고 심한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구조대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시행했으나, 지형이 워낙 가파르고 협소해 들것을 이용한 이동이 불가능했다.
헬기 투입도 시도됐지만, 일몰과 강풍, 절벽형 암릉으로 인해 접근이 어렵다고 판단됐다. 이에 구조대는 현장에서 ‘비박(야간 현장 체류)’을 결단, 모포와 침낭, 그리고 핫팩을 이용해 부상자의 체온을 유지하며 밤을 지새웠다. 구조대원들은 혹한의 산속에서 서로 교대하며 부상자의 의식을 살피고, 한순간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날인 9일 오전 8시10분께 추가 인력과 헬기가 지원돼 구조 작업이 재개됐다. 구조대는 부상자를 들것에 고정한 뒤 헬기로 들어올려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했다. 신고부터 구조까지 약 16시간이 걸린 셈이다.
현장에 출동한 김태범 119구조대 팀장은 “험준한 지형이라 접근이 쉽지 않았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상자를 무사히 구조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등산 시 반드시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고, 일몰 전 하산하는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구조는 단순한 수색이 아니라 인명 우선의 현장 판단이 빛난 사례로 평가된다. 구조대가 무리한 야간 이송 대신 ‘현장 비박’을 선택하고, 핫팩과 보온포로 체온을 유지한 덕분에 부상자는 저체온증 없이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용문봉은 암릉과 낭떠러지가 많은 구간으로, 평소에도 낙상 사고가 잦은 지역이다.
양평소방서 관계자는 “가을철 산행이 늘면서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안전장비 착용과 코스 사전 확인이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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