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기본이 무너지면 현장은 또 죽는다

이종훈 기자
이종훈 국장
이종훈 국장

지난 10월20일 오전 충남 보령의 한 채석장에서 25t 덤프트럭이 깊이 8m 물웅덩이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상복구를 위해 흙을 나르던 중이었고, 트럭과 함께 60대 운전기사가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사고 직후부터 경찰과 소방은 잠수사·드론·보트·수난탐지견을 투입해 수색을 이어갔지만, 물웅덩이는 규모가 크고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는 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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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은 작업 내내 약 13만 톤에 달하는 물을 퍼내며 수중 시야를 확보하고 수색 범위를 넓혀갔다. 그렇게 악전고투 끝에 나흘이 지난 10월24일 오전 10시13분께 수중에서 운전기사의 시신을 인양했다.

그 비극적 장면 이후 현장에 남은 질문은 단 하나였다. “신호수는 어디에 있었는가.” 대형 중장비가 위험구역을 오가는 작업에서 신호수의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그 자리에서 신호수가 작업 동선을 통제했다면, 트럭이 물웅덩이 가장자리에 접근하는 순간 즉시 제지했을 것이고,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신호수 부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보령 사고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중장비 사고들은 하나같이 ‘기본’이 무너진 곳에서 발생한다. 신호수 배치, 위험구역 통제, 장비와 작업자의 동선 분리—이 모든 것은 거창한 안전 시스템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하지만 이 기본이 빠지는 순간, 현장은 언제든 비극으로 변한다. 이번 사고 역시 그 사실을 처절하게 증명했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허점이다. 이 채석장은 과거 여러 차례 원상복구 계고를 받은 곳이다. 그럼에도 시(市)는 “완충지역 원상복구 완료”라고 공식 답변했지만, 실제로는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감독기관의 허술함과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이 맞물리면서, 신호수 부재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제대로 점검했다면, 제대로 감독했다면, 8m 깊이의 물웅덩이 바로 옆에서 중장비가 오가는 기형적 작업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익숙한 안일함이 결국 한 생명의 끝을 불러왔다. 신호수 배치, 안전통제선 설치, 위험구역 표시, 작업자 교육—이것은 생명을 지키는 최소 조건이다. 오늘도 수많은 현장이 움직인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현장에서는 비극이 되풀이된다. 우리는 이미 너무 큰 값을 치렀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항상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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