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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萬事] 셀러브리티 한 번에 명품 한 번

강상준 기자
강상준 기자
강상준 국장

유명인의 손끝 하나가 브랜드의 운명을 바꾼다. 플래시가 터지는 그 짧은 순간, 물건은 기능을 넘어 상징과 신화로 변한다. 우리는 쓰임새보다 이미지와 이야기를 먼저 소비한다. 누가 들었는가, 누가 입었는가가 품질의 기준처럼 작동하고, 취향은 어느새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 번 노출된 장면은 순식간에 복제돼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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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저 비비에 클러치는 그 과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줬다. 유명인 수사 한복판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그 가방’에 머물렀다. 브랜드 이름은 순식간에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대중적이지는 않았던 이름이 하루 만에 ‘아는 척할 수 있는 정보’가 되는 것, 그게 요즘 소비의 속도다. 사건이 관심을 만들고, 관심이 곧 브랜드의 의미를 커지게 한다. 실체보다 이미지가 먼저 걸어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신정환 귀국길의 몽클레어 패딩이 하루아침에 ‘신정환 패딩’이 됐다. 조현아의 ‘땅콩 회항’ 당시 타던 테슬라는 ‘재벌 2세의 차’로 상징됐다. 누구도 광고하려 한 적 없지만, 노출 그 자체가 광고가 됐다. 우연한 장면 하나가 시장을 뒤흔들고, 브랜드는 본래의 기능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 갖게 된다.

드라마 속 전지현의 코트, 김태희의 가방, 공항의 지드래곤 모자 하나. 이 몇 장면이 완판을 부른다. 유명인의 선택은 일종의 ‘접속 신호’로 읽힌다. 그 물건을 통해 사회의 중심부와 연결된 듯한 착각이 욕망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제품보다 서사를, 필요보다 이미지를 산다. 자기 취향은 희미해지고, 타인의 취향을 빌려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경제학은 이를 ‘밴드왜건 효과’라 부르고, 심리학은 ‘스포트라이트 효과’라 설명한다고 한다. 우리는 판단을 유명인에게 위임하고, 그들의 취향으로 나를 포장한다. 결국 사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이미지로 구성된 이야기’다. 소비는 종종 자아 확장의 수단이 되고, 브랜드는 그 틈을 파고든다. 브랜드는 이제 이 흐름을 정교하게 활용한다. 협찬, 노출, 연출, 의도적 우연. 그러나 관심은 순식간에 혐오로 바뀌고, 희소는 하루 만에 진부가 된다. 오늘의 상징이 내일의 유행 잔재가 되는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깐깐해야 한다. 누가 들었는가 보다, 내가 왜 필요한가를 먼저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요즘 내 주변에서도 로에 비비에 클러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이 늘고 있다. 반짝이는 포장지 속에 들어 있는 건 결국 물건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남의 취향을 빌려 나를 증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좋은 소비란 유명인의 그림자를 좇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유와 기준으로 선택하는 일이다. 그 이유가 단단할수록 물건은 오래 남고, 후회는 줄어들지 않을까. 며칠 전로에 비비에 보도를 보고 중요한 건 언제나 내가 갖고 있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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