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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萬事] '겨울이 다가왔다, 입동(立冬)'

강상준 기자
하늘은 높고 바람은 차가워졌다. 길가의 나무는 마지막 잎새를 떨구고, 길가의 풀잎은 서릿발처럼 힘없이 누워있다. (사진=중앙신문DB)
하늘은 높고 바람은 차가워졌다. 길가의 나무는 마지막 잎새를 떨구고, 길가의 풀잎은 서릿발처럼 힘없이 누워있다. (사진=중앙신문DB)

하늘은 높고 바람은 차가워졌다. 길가의 나무는 마지막 잎새를 떨구고, 오늘 다녀온 용인 용담호수 가장자리의 풀잎은 서릿발처럼 힘없이 누워있다. 호수 뒤 산에는 붉은 단풍이 남은 힘을 다해 빛을 내고 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지만, 오늘은 다르다.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이 열린 날이다. 내일이 겨울의 문턱, 바로 입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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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은 스물네 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입(立)은 서다, 동(冬)은 겨울이니 ‘겨울이 서다’라는 뜻 그대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때를 경계로 추위를 대비하며 마음과 몸을 단단히 준비했었다. 산에 올라가 지게를 이용해 불 피울 장작을 집 한편에 쌓고, 밭에서 키운 배추로 김장을 담그며, 집 안 곳곳에 따뜻한 온기를 심었다. 돌아가신 내 어머니는 김장을 마치고 고된 몸을 두드리며 말씀하셨다 “뿌듯하다. 이젠 배부르다.” 입동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살림의 지혜’가 시작되는 때였을지 모른다.

예전 농경사회에서 입동은 풍년의 끝이자 겨울의 서막이었다. 추수를 마친 들판에는 볏짚이 남았고, 곡식 창고에는 수확의 기쁨이 가득했다. 이때 농부들은 수확을 감사하는 제를 올리고, 겨울을 견딜 양식을 정리하며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했다. ‘입동 지나면 김장한다’는 속담처럼 이 시기는 겨울 먹거리를 준비하는 계절의 분기점이었다. 어찌 보면 사계절 중 가장 혹독한 준비 할 게 많은 계절 겨울이다.

사는 방법 즉 세상이 변해서 그런지 요즘 사람들에게 입동은 그저 달력 위의 글자일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몸은 기억한다. 출근길 코끝을 스치는 찬 공기, 점점 두터워지는 옷차림, 그리고 저녁이면 빨라지는 발걸음. 도시의 풍경 속에도 계절의 변곡점은 분명히 있다. 아파트 단지의 나무가 낙엽을 떨구고, 호수 주변의 억새는 바람에 흔들린다. 그 순간 우리는 말없이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인다.

최근 몇 해 사이, 겨울은 더 늦게 오고 더 갑자기 추워진다. 기후가 바뀌고 계절의 경계가 흐려졌지만, 그래도 입동은 여전히 우리에게 ‘준비하라’고 말한다. 추위는 피할 수 없지만, 대비는 할 수 있다. 따뜻한 차 한 잔, 두꺼운 외투, 그리고 서로를 위한 온기. 그것이 입동의 지혜이자 삶의 방식이다.

오늘 바람은 차갑지만, 그 속에 새 계절의 숨결이 섞여 있다. 겨울은 차가운 계절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 따뜻함을 배운다. 입동의 문턱에서, 한 해의 쉼표를 찍는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 “이 겨울도 무사히 견디자.” 그래야 새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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