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12시20분께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37번 국도를 지나다가 도로변 가로수에 호박넝쿨이 타고 올라 둥근 호박이 매달려 있는 것을 봤다. 땅의 주인도, 나무의 주인도 아닌 자리에서 자란 이 호박은 누구의 것일까. 법정에서 담장을 넘어 매달린 대추는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한 것처럼, 길 위의 호박 또한 특정인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호박은 결국 누구의 것일까. 국민의 것일까. 대한민국의 것일까.
국민을 위한다는 우리나라 정치도 결국 이 호박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렷이 분명히 말한다면 정치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사유물이 아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권한을 잠시 맡아 수행하는 공적 역할일 뿐이다. 정치인은 국민이 건네준 씨앗을 받아 공동의 밭에서 농사를 짓는 관리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의 정치권은 마치 길가의 호박을 자기 것이라 주장하며 다투는 듯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친다.
어떤 마을에 있는 공동텃밭을 떠올려 보자. 주민들이 관리인을 뽑아 잡초를 뽑고 물을 주게 맡겼는데, 그 관리인이 토마토에 자기 이름을 붙이고 '내 것'이라 우긴다면 주민들은 분명 반발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에게 관리 권한을 맡겼지, 소유권을 준 적은 없다” 정치는 바로 이 공동텃밭과 같다. 정당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은 국민이 위임한 일을 대신하는 사람일 뿐, 결코 정치의 주인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국민과 나라의 품격에 맞아야 한다.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말과 조롱은 권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품격을 떨어뜨린다. 국회가 그러니 광역의회, 기초자치 의회 또한 그러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이야기지만, 공적 언어는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결정의 과정과 예산의 흐름은 투명해야 하고, 성과는 반드시 국민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치의 수확은 국민의 식탁으로 환원돼야 한다.
길 위의 호박은 주인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햇볕과 비를 받아 자라며 누구에게나 내어줄 뿐이다. 정치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롯이 국민의 것이며, 정치인은 국민 앞에 품위와 책임으로 서야 한다. 이 단순하고도 분명한 교훈을 정치권이 반드시 새겨야 한다. 국가의 땅 위에 열린 호박을 보면서 드는 국민들의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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