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두물머리] 글로 남기는 할아버지의 '타임캡슐'

오기춘 기자
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

가을이 깊어간다. 초록빛이 짙은 정원 잔디 마당 한쪽에 작은 평석(널따란 돌)하나가 놓여 있다. 꽃과 풀, 그리고 보는 방향 각도에서 수석 모양이 곰, 돼지, 침팬지 등 여러 가지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는 못난이 돌이 있다. 5년 전에 두 살배기 작은 손녀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나는 이곳을 손녀 이름을 따 '손녀의 섬'으로 부르며, 그 아이가 커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기억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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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돌은 텃밭을 만들던 날 삽질을 하다가 돌에 부딪치면서 발견하여 파서 현재의 마당 위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리고는 그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흙과 풀이 스며들어 민들레와 같은 들꽃이 피어나면서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묵직한 못난이 수석을 최근에 강에서 주워온 뒤 그 앞에 세워서 나름 그럴 듯한 주변 분위기가 잘 만들어졌다.

이제는 노년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꼬맹이 손녀가 성인이 된 후에 이 곳에서 노을 빛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가족들과 나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나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와 할머니는 매일 마당 정원을 가끈다. 풀을 베고, 빗자루 질을 하며, 풀을 뽑는다. 일을 하고 난 뒤에는 정원 테이블 앞에 앉아서, 항상 다과와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는 테이블 앞에 앉아 그 곳을 바라 볼 때면, 어린 손녀와 손자가 뛰어노는 모습과 장난기 섞인 웃음소리가 참으로 평화롭다.

특히 '손녀의 섬'을 볼 때는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쉽지 않다. 다만 그 자리를 보면서,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평화롭고, 다툼이 없으며, 다른 이들을 비방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사회 일원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 작은 정원은 우리 가족이 평화와 사랑을 간직한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나는 그 곳을 손녀가 걸어 오를 때 넘어지지 않도록 수평과 높이를 잘 맞추어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다. 두 살 때 아장아장 걸으며, 널따란 돌 위에서 놀이터처럼 걸어 다니며, 장난치고, 또 비바람이 폭풍처럼 다가와도 평화로운 돌의 기운이 손녀에게 깃들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그 후 태어난 현재의 네 살 된 손자가 성인이 됐을 때 누나에게 든든한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 갈 수 없는 물의 흐름과 같다. 또한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노년의 시간을 맞이하는 이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인 듯하다. 얼마 전 느낀 일이지만. 어린 손녀와 마당에 앉아서 노을빛을 보며 “참 예쁘다”고 했을 때 손녀가 “할아버지 나는 하나도 안 예쁜데?”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세대 차이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어린 손녀와 나이든 나와의 감성이 많이 다른 탓 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글로 남기는 이 '타임캡슐'은 모든 어린 손녀와 손자들에 대하여 할아버지들은 언제나 따스한 눈빛으로, 너희를 바라보았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할아버지에게 있어 손녀, 손자들은 언제나 마음속에 머무르는 살아있는 '타임캡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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