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은행나무는 금빛으로 물들어 도심을 황홀하게 수놓는다. 인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거리를 물들이는 노란 잎사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게 만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매년 반복되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악취다.
인천시에 따르면 가로수 23만여 주 가운데 18.9%인 4만3천여 주가 은행나무다. 특히 암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로 시민들의 불만을 산다. 미끄럼 사고까지 이어지며 안전 문제도 발생한다. 그래서 인천시는 올가을에도 은행열매 조기 수확과 청소를 전담하는 ‘악취 민원 기동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은행나무는 참 ‘희한한’ 나무다. 나무 자체는 도시를 대표하는 가로수로서 품격을 높이지만, 열매는 민원을 낳는다. 이중적이다. 그러나 이 모순은 나무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닮은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역시 어떤 순간에는 환영받고, 또 다른 순간에는 외면당하지 않는가. 은행 열매의 악취는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껍질에 들어 있는 부틸메르캅탄 같은 황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이 썩으면서 특유의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사실 은행나무는 단순히 보기 좋은 나무에만 그치지 않는다. 은행 열매는 한방에서 약재로 쓰여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고, 은행잎은 치매 예방 등 건강식품 원료로도 활용된다. 전국에는 가을마다 은행나무 명소가 생겨 황금빛 터널을 즐기려는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가 그렇고, 여주 강천섬 은행나무길이 그렇다. 이곳은 빼놓을 수 없는 가을 나들이 명소로 사랑받고 있으며, 강원 원주의 반계리 은행나무는 매년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는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지며, 자주 찾는 이들에게는 더 큰 의미를 지님과 동시에 이보다도 더한 신비로움을 던져 준다.
결국 은행나무의 ‘악취’는 우리가 조금은 감내해야 할 계절의 그림자일지 모른다. 가을의 풍경을 선물받는 대신, 잠시 코를 찡그려야 하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불편을 줄이는 행정적 노력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자연의 이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은행나무는 우리에게 그 교훈을 던지고 있다. 은행나무 민원은 한 번 더 생각하고 던지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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