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순정우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앞치마를 두르고 봉사자들 사이에 섰다. 손에 든 건 동태전을 부치는 뒤집개. 29일 오전, 시흥시 체육관은 추석을 앞두고 반찬을 준비하는 봉사자들의 손길로 분주했다.
이곳은 '나눔자리문화공동체'가 매주 월요일 시흥시 인근 지역 어르신과 취약계층 120여 가구에 반찬을 나눠주는 곳이다. 1985년 독거노인 음식 나눔 및 목욕 봉사활동으로 시작해 올해로 30년째. 512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이 단체의 꿈은 '1000원만 내면 누구든지 찾아와 따뜻한 한 끼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차리는 것이다.
김 지사는 봉사자들과 함께 동태전을 부치고, 반찬을 소분해 담는 작업에 참여했다. 작업대 앞에서 땀을 흘리던 한 봉사자가 말했다. "지사님이 이렇게 직접 오시니 힘이 나요" 김 지사는 30여 년간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나눔자리문화공동체 이상기 회장에게 도지사 표창을 수여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봉사단체 회원들과 식사를 하며 애로사항과 향후 봉사활동 방향을 나눴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매년 전년도 100시간 이상 또는 누적 5천 시간 이상 봉사자를 우수 자원봉사자로 선정하고 있다"며 "올해는 총 3만 2,262명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점심 후 김 지사는 봉사자들의 반찬 나눔 배달에 동참했다.
#시흥소방서 - 다문화가정, 안전의 주역으로
이날 민생투어의 다음 행선지는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흥소방서. 김동연 지사는 먼저 상황실을 찾아 근무중인 소방관을 격려했다. 이어 그는 지난 7월 활동을 시작한 다문화 의용소방대와 만났다. 9개국 출신 귀화자 및 영주권자 2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언어·문화적 장점을 살려 화재 예방 홍보와 생활안전 활동을 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의용소방대원들의 활동 성과와 향후 과제를 들었다. 베트남 출신 응우옌 씨는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안전교육을 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베트남어로 화재 대피 방법을 설명할 수 있어 보람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 소방대원들을 볼 때마다 도민들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희생을 많이 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라며 "의용소방대는 그것보다 더 자발적으로 해주시고 거기에 더해 다문화가족분들이 함께 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다문화가정은 대한민국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중앙정부, 지방정부 통틀어서 다문화가족을 다루는 국은 경기도밖에 없다. 경기도는 조직개편을 해서 이민사회국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는 지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를 언급했다. "스물세분이 희생당하셨고 그 중에 열여덟분이 이주노동자였습니다. 참 안타까운 것이 그분들이 작업장에 들어갈 때 안전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고, 간단하게 탈출할 수 있는 출구만 찾았어도 대부분 구출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김 지사는 "이주노동자라든지 다문화가족분들이 그와 같은 힘든 일이나 재난이 있을 때 다문화 의용소방대원들의 역할이 클 것"이라며 "큐알코드만 찍으면 원하는 언어로 대피소를 알려준다든지 그런 제도적인 개선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추석 앞둔 전통시장의 안전 점검 마지막 행선지는 정왕시장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용객이 몰려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다. 김 지사는 다문화 의용소방대원들과 함께 시장을 돌며 상인들을 만났다. 건어물 가게 주인 김모(62) 씨는 현장에서 "명절 때마다 손님이 많아 정신없는데, 김동연 지사님께서 이렇게 안전 점검까지 해주시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소화전 등 소방시설과 전기·가스 안전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김 지사의 손길이 꼼꼼했다. 시장 곳곳에서는 화재 예방 캠페인도 병행됐다. 다문화 의용소방대원들이 각국 언어로 제작된 화재 안전 안내문을 나눠주며 외국인에게도 설명했다.
#김 지사 "추석은 안전이 가장 큰 선물"
하루 종일 시흥시 곳곳을 누빈 김 지사는 "추석은 안전이 가장 큰 선물"이라며 "도민 여러분이 안전하고 따뜻한 추석을 보내실 수 있도록 경기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달달버스(달려간 곳마다 달라집니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민생경제 현장투어. 이날 시흥에서의 일정은 나눔, 안전, 다문화 포용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됐다. 봉사자들과 함께 땀 흘리고,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고, 다문화가정의 안전 활동을 격려하고, 전통시장의 안전을 점검하는 모습. 김동연 지사의 '현장 중심' 도정은 이날도 계속됐다.
시흥시 체육관에서 만났던 한 봉사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치인들은 명절 때만 오잖아요. 그런데 지사님은 평소에도 이렇게 현장을 찾아다니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더 믿음이 가요." 추석을 사흘 앞둔 시흥의 하루, 김동연 지사와 함께한 민생의 현장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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