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양주 천일홍 축제, 천일을 넘어 마음에 피는 꽃

강상준 기자
요즘 가을 들녘을 거닐다 보면 보랏빛 작은 구슬 같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양주 나리공원에서 만난 천일홍이다. (사진=강상준 기자)
요즘 가을 들녘을 거닐다 보면 보랏빛 작은 구슬 같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양주 나리공원에서 만난 천일홍이다. (사진=강상준 기자)

요즘 가을 들녘을 거닐다 보면 보랏빛 작은 구슬 같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천일홍이다. 이름 그대로 천일 동안 붉음을 간직한다는 뜻을 품은 꽃. 짧게 피고 쉽게 시드는 여타 꽃들과 달리 천일홍은 오랫동안 빛깔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꽃을 두고 ‘변치 않는 사랑’, ‘영원한 우정’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광명시청_메인중앙하단_260824
안성시청_바우덕이축제_메인 하단_260908

천일홍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장미처럼 즉각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꽃잎이라 착각하기 쉬운 화포(苞葉)가 색을 간직한 채 오래도록 남아 진득하게 마음을 붙잡는다. 이 덕분에 동양에서는 가정의 화목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집 앞에 심었고, 혼례 장식으로 쓰이면 ‘부부의 사랑이 천일홍처럼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 중국에서는 천일홍을 ‘구일홍(久日紅)’이라 불렀다. 기운이 오래 머무는 꽃이라 믿었던 까닭이다. 실제로 말려 약재로 쓰여 열을 내리고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다스렸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문학 속 천일홍도 변치 않는 마음을 비유하는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여름꽃이 다 지고도 끝내 자기 빛깔을 지켜내는 천일홍을 두고 많은 시인들은 ‘꾸밈은 없지만 꿋꿋이 자기 색을 지키는 꽃’이라 노래했다. 민간전승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여인이 매일 무덤가에 꽃을 두었는데, 그 꽃이 천일 동안 붉게 남아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는 것이다. 천일홍은 그래서 단순히 한 송이 꽃을 넘어 사람의 정성과 기억을 붙잡는 매개체로 자리해 왔다.

오늘날에도 천일홍은 축제장, 정원, 꽃시장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손에 쥐어진다. 단순히 예쁜 꽃 한 다발이 아니라, 그 속에는 ‘우리의 인연도 천일홍처럼 오래도록 변치 않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을 게다. 화려하진 않아도, 짧게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색을 오래 지켜내는 힘. 그것이 천일홍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우리 사회도 지금 천일홍 같은 마음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순간적인 열광과 짧은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는 원칙과 믿음을 간직하는 자세. 천일홍은 천일을 넘어, 어쩌면 그 이상의 세월 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변치 않는 사랑과 인연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양주시가 이런 모두의 사연을 담아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양주 나리공원에서 여는 ‘천만 송이 천일홍 축제’에 안 가볼 이유가 없다. 꼭 가서 이 모든 것을 느껴보자. 멋진 가을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하는 마음의 준비가 될 것이다. 천일홍은 적어도 1000일 동안 우리들의 마음을 지켜주는 그런 꽃이다.

수원특례시의회_08 (265x118)
260623_인천도시공사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0개의 댓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