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오기춘 기자] 2025년 하반기, 대한민국 축제의 중심은 단연 동두천이다. ‘락의 도시’를 넘어 ‘축제의 도시’로 도약하는 동두천은 올가을 내내 시민과 관광객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무대를 펼친다. 최근 전국 지자체는 앞다투어 축제를 도시 정책의 전략 무기로 내세운다. 단순한 여흥을 넘어 관광객 유치, 생활인구 확장, 지역경제 회복, 도시 이미지 제고까지, 축제는 모든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는 ‘만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에 수만 명이 몰려드는 현장, SNS에서 수십만 회 공유되는 콘텐츠, 상권 매출이 수직 상승하는 기회. 축제는 이제 선택이 아닌 도시의 생존전략이다. 그러나 성공은 쉽지 않다. 차별성 없는 기획,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은 금세 외면받는다.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은 독창성과 지속성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두천이 주목받는다.
락의 도시, 25년의 역사를 무대에 세우다
오는 9월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제25회 동두천 락 페스티벌은 그 자체로 전통이다. 1999년 시작해 국내 최장수 락 축제로 자리잡은 이 행사는 동두천이 ‘한국 락 음악의 발상지’라는 정체성을 증명한다.
올해는 무대도, 프로그램도 새롭다. 8월 말 시민회관에서 전국 120여 팀이 예선을 치르고, 이 가운데 선발된 30여 팀이 9월12일 본선 무대에 오른다. 같은 날 미군 밴드와 다이빈, 스프링스의 공연이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어 13일과 14일 ‘크레이지 데이’ 본공연에는 FTISLAND, 로맨틱펀치, 노브레인, 소찬휘 등 세대를 아우르는 밴드와 뮤지션들이 총출동한다. 전설과 신예가 함께 만드는 무대는 음악적 교차와 세대 공감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특히 장소가 바뀌었다. 기존 소요산 특설무대에서 도심 신천교 하부 둔치로 이동했다. 신천을 배경으로 원도심과 연결되는 이 변화는 단순한 무대 이동을 넘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문화형 축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공연의 흥이 상권으로 번져, 도심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산동에서 피어나는 한미 교류의 장
9월27일에는 제18회 한미 우호의 날 축제가 보산동 관광특구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공존과 우정을 상징한다. 오후 1시부터 지역 예술인 공연이 시작되고, 오후 5시 개회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펼쳐진다.
예상 참석 인원은 2000여 명. 행사장 곳곳에는 먹거리와 체험부스가 들어서고, 시민과 미군 장병이 함께하는 친선 게임이 이어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무대 공연이다. 동두천 홍보대사 신해솔, 힙합 뮤지션 기리보이, 트로트 가수 태진아가 장르와 세대를 넘어 하나로 어우러진다.
보산동 특구라는 장소는 의미가 크다. 미군과 함께 성장한 상권, 외국인 관광객이 모이는 공간이 축제를 통해 다시 빛을 발한다. 상인들의 직접 참여와 자영업자 중심의 부스 운영은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더욱 키운다.
과학과 예술, 청소년이 주인공
10월25일에는 제22회 청소년 별자리 과학문화예술축제가 동두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12시간 동안 드론 장애물 경기, 워킹로봇 경진대회, VR·3D 프린팅 체험 등 창의적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특히 야간에는 불꽃놀이와 천체관측이 진행돼 가을밤 하늘을 수놓는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관람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콘서트와 초청 가수 공연이 예정돼 있어 남녀노소 모두의 축제가 될 전망이다.
이 축제는 단순한 과학 행사가 아니라 참여형 체험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더 많은 유관기관 참여와 소외 계층 배려로, 경기도 대표 과학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요산, 단풍과 역사가 만나다
10월26일에는 제37회 소요단풍문화제와 제16회 어유소 장군 행차 재현이 소요산에서 열린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무대다.
행사의 백미는 어유소 장군의 승전 행차 재현이다. 소요산 입구에서 야외음악당까지 이어지는 퍼레이드는 관람객에게 시대극 같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왕실이 장군에게 토지를 하사하는 장면을 상황극으로 재현하며 조선시대 풍경을 생생히 불러낸다.
전통예술 공연, 농악, 연극도 더해져 축제의 흥을 돋운다. 단풍길을 따라 이어지는 공연은 가을 정취 속에서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축제는 도시의 얼굴”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축제는 도시의 얼굴이자 경쟁력”이라며 “문화와 예술, 사람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통해 도시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동두천의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락의 역사, 한미 교류, 청소년의 꿈, 전통의 재해석이 한데 모여 도시의 미래를 새롭게 쓰는 서사다.
올가을 동두천은 네 가지 얼굴을 준비했다. 신천교 아래서 울려 퍼지는 락의 열정, 보산동에서 함께 웃고 노는 한미의 우정, 운동장을 가득 채울 청소년의 창의력, 소요산 단풍길을 물들이는 전통의 향연.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경기도 북부의 소도시는 이제 전국의 무대가 된다. 올가을, 동두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괜히 설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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