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光 칼럼] 흰색, 민족의 기억에서 대통령의 넥타이까지

김광섭 기자
[光칼럼] 흰색, 민족의 기억에서 대통령의 넥타이까지.
[光칼럼] 흰색, 민족의 기억에서 대통령의 넥타이까지.

빨주노초파남보 세상에는 수많은 색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흰색은 우리 민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색이라 할 수 있다. ‘백의민족’이라는 별칭처럼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흰옷을 즐겨 입었다. 흰옷은 단정과 청렴, 순수와 깨끗함을 뜻하며, 때로는 억압에 저항하는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민족정신을 드러낸다며 흰옷을 금지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흰색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자리 잡았다. 우리에게 흰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정체성과 정신의 기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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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은 의복이나 의례만이 아니라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가 예로부터 주식으로 먹어온 쌀도 흰색이고, 더러운 것을 치워내는 현대 생활필수품 휴지도 흰색이다. 흰색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자리하며, 때 묻은 것을 걷어내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색으로 기능해왔다. 더러운 것과 반대되는 색, 곧 깨끗함을 상징하는 색이 바로 흰색이다. 흰색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순수함을 넘어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의 국기, 태극기의 흰 바탕도 빼놓을 수 없다. 흰색 바탕은 우리 민족의 밝음과 순수함, 평화를 향한 지향을 상징한다. 무궁화 꽃잎처럼 순결한 백색 위에 태극과 사괘가 놓여 있기에, 태극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의 압축이다. 결국 흰색은 생활 속에, 또 상징 속에 동시에 숨 쉬어왔다.

이 상징성은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는 흰 드레스에도 이어진다. 흰색은 순결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이 흰 드레스를 입은 이후 서양에서 전통처럼 굳어진 풍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결혼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흰색 드레스는 백지 위에 인생의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겠다는 다짐이자, 인생의 전환점에서 다시 순수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이다. 우리 민족이 흰옷을 사랑한 전통과 닮아 있어 더욱 특별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지난 8월15일 열린 국민임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흰색 넥타이를 맨 장면은 단순한 패션 선택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새 출발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흰색의 상징을 떠올려보면 그 이상의 해석이 가능하다. 백의민족의 정신, 순수와 청렴에 대한 다짐,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약속까지, 넥타이 하나에 담긴 메시지는 강렬했다.

우리 민족에게 흰색은 늘 ‘새로운 시작’이었다. 문제는 정치 현실이다. 지금의 정치는 여야 대립과 불신으로 얼룩져 있고, 권력투쟁과 정쟁이 국민의 삶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택한 흰색 넥타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메시지로 읽힌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색깔싸움이 아니라, 백지 같은 투명함과 새로운 시작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흰색은 양날의 칼이다. 순수와 청렴의 표식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잘못을 덮어버리는 ‘화이트워싱(표백)’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번 흰 넥타이가 국민 앞에 내민 새 출발의 상징인지, 아니면 과오를 감추는 표백의 리본인지는 앞으로 진행되는 정치를 보면서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메고 나온 흰색 넥타이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점이다. 국민에게 보내는 그 신호는 크다 하겠다. 그래서 더욱 많은 국민이 정치에 희망을 걸 수 있기를 바란다. 백지처럼 펼쳐진 정치의 장이 진정 국민과 함께 채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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