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두물머리] 큰 사건마다 등장하는 명품

강상준 기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반클리프 앤 아펠 ‘스노우 플레이크 펜던트’. (사진=반클리프 앤 아펠 홈페이지 캡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반클리프 앤 아펠 ‘스노우 플레이크 펜던트’. (사진=반클리프 앤 아펠 홈페이지 캡처)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명품은 어김없이 뉴스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서민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브랜드, 들어보지도 못한 가격에 잠시 귀를 의심한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의혹 중심에 있는 반클리프 앤 아펠 ‘스노우 플레이크 펜던트’ 논란도 그중 하나다. 18K 화이트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세공된 이 목걸이의 현재 공식 홈페이지 가격은 8350만원. 거의 고급차 한 대 값이다.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 당시 착용했을 때 가격은 약 6200만원이었다. 짧은 시간에만 2천만원 넘게 뛰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가격표보다 해명에 쏠렸다. 당시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 김 여사는 “15년 전 홍콩에서 모조품을 샀다”고 말을 바꿨다. 문제는 해당 모델이 2015년에야 출시됐다는 점이었다. 결국 특검은 모조품을 확보하고 감정했지만, 국민들이 느낀 건 ‘진품이냐 가짜냐’의 궁금증보다, 권력자의 해명이 얼마나 허술하고 모순되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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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정치 스캔들에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목시계’ 논란,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고가 시계 수수 의혹, 이탈리아 총리의 맞춤 정장 스캔들까지. 명품은 늘 권력의 곁을 맴돌았다. 작고, 이동과 보관이 쉽고, 가치가 명확하며, 현금처럼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속성은 선물과 뇌물, 특혜의 매개로 이상적이다. 이번 김건희 여사 사건에서 서민들이 느낀 건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이건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는 자괴감이다. 월급으로는 수십 개월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 그 존재조차 몰랐던 명품이 당당히 뉴스 제목이 되고, 해명 과정마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다.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거리감은 이렇게 벌어진다. 한쪽은 이름도 모르는 브랜드를 착용하고, 다른 한쪽은 뉴스 속 그 이름을 처음 듣는다. 그 간극이 신뢰를 무너뜨린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명품은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품은 물건이다. 그러나 권력자의 손에 들어가면, 그 상징은 부와 특권, 특혜로 변질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 스노우 플레이크 펜던트 제품은 본래 겨울의 순수함을 담은 디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순수함 대신 의혹과 불신의 결정을 품게 됐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권력이 어떤 목걸이를 걸었는지가 아니라, 그 목걸이가 권력을 어떻게 비추는 지다. 그리고 지금, 그 반짝임은 눈부심보다 더 깊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오늘 이 명품 등을 포함한 사건에 대한 구속 전 영장 실질심사가 이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돼 있는 상태에서, 오늘 김건희 여사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전례에는 없는 일로 국민들을 또 한 번 없었던 일을 겪게 된다. 명품 착용으로 좋은 일들을 만들어져야 하는데, 결과가 그렇지 않은 거 같아 심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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