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두물머리] “아니 내 핸드폰이 왜 여기서 나와…”

오기춘 기자
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

며칠 전 동우회 모임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오전 11시 30분 동우회 모임에 참석하기 전 단골로 다니는 남성 전문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모임 장소에 갔다. 이발소에는 생각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약 30분가량 늦게 모임 장소인 식당에 도착해, 점심 식사를 하는 선배님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식당 출입문 테이블 끝 좌석에 앉아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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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착해 식사를 마친 선배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례로 밖으로 나오시게 되어, 출입문 앞에 식사하던 나는 많은 선배님들께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서서 인사를 하다가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그리고는 약속이 있던 차라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없다! 식사를 했던 테이블로 다시 돌아갔지만 말끔히 치워져 있다. 식당 사장님에게 “혹시 테이블 위에서 핸드폰 못 보셨냐”라고 여쭤봤지만 없었다는 답변만 들었다.

할 수 없이 성급히 식당을 나오다 사무국장인 모임 동기가 식당 문 앞에서 선배님들을 배웅하고 앉아 있어 “테이블 위에 두었던 핸드폰이 사라졌는데, 혹시 인사하던 중 누군가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집어간 듯하니 내 전화번호로 전화 좀 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내 핸드폰에 몇 번의 전화를 했다. 그런데 받질 않는다. 애가 탔다. 그렇게 내 핸드폰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다시 머리 자르던 3㎞가량 떨어진 이발소로 갔다. 식당에서와 같이 “혹시 여기에 핸드폰이 있지 않냐”라고 여사장님에게 여쭈니 핸드폰은 없었다.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밀려왔다. 발길을 돌려 또다시 사무국장을 찾아갔다.

내 생각이 맞다면 분명 인사를 나누던 중 동우회원 누군가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내 핸드폰을 집어 들고 갔을 것이 분명했기에 동기 사무국장에게 다시금 전화를 해 달라고 재차 부탁을 했다. 또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전화를 안 받는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고 마음은 자꾸 답답해졌다. 요즘은 대부분 업무를 핸드폰으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핸드폰으로 볼 일들이 있는데 마음은 점점 다급해졌다. 미안하지만 할 수 없이 또 동기를 찾아 다시 전화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전화를 받지를 않는다.

그렇게 반복하다가 동기 사무실 문을 나서려는데, 친한 선배님이 사무국장 사무실로 들어오시면서 “어디를 바쁘게 가냐”며 물으신다. “형님, 아까 식사하던 곳에서 핸드폰이 없어져서 찾고 있어요.” 그러자 선배께서 “어? 식당 근처 카페에 핸드폰 하나가 주인을 찾던데” 하는 것이었다. “형님, 전 그 카페 간 적이 없는데요?” 대답을 하고는 식당에서 가장 가까운 동선으로 이어지는 카페인지라 그곳에 누군가 ‘혹시?’ 하는 전등 석화같이 실날 같은 희망이 머리를 때렸다.

빠르게 카페로 달려갔다. 커피를 주문하는 곳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여기 핸드폰 하나가 주인을 찾는다는데, 좀 볼 수 있을까요?” 내 핸드폰일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아니다… 0.1%의 기대는 있었다. “여기 이 핸드폰이에요” 하고 내미는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분명 내 핸드폰이었다. 아니 ‘내 핸드폰이 왜 여기서 나와? 나는 온 적도 없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약 40~50분 동안 핸드폰과의 이별, 그리고 재회는 눈물겹도록 반가웠다. 정말 반가웠다. 난 핸드폰을 찾으러 여기저기를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핸드폰은 정작 내가 가지도 않은 카페에서 발견됐다.

‘핸드폰, 네가 왜 여기서 나와’라는 말이 마음속에 절로 나왔고, 이 해프닝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단순한 착오처럼 보이지만 당사자인 나는 그 속에 많은 허탈이 담겨 있었다. 요즘의 핸드폰은 단순 통화용이 아니다. 핸드폰은 각자의 분신인 것이다. 이 해프닝은 어느 사람의 생활 습관과 무심함이 빚어낸 아이러니지만, 그것은 범죄가 될 수 있다.

법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하며, 손해배상의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 무심함을 항상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은행 계좌, 개인 일정, 연락망, 추억의 사진 등이 담겨 있는 핸드폰은 생활의 일부이며, 분실로 생길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분실의 가능성에 노출시키며 방심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런 분실 사건의 상당수가 ‘도난’이 아니라 ‘혼동’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심코 남의 물건을 들고 나가고, 그마저도 본인들은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비슷한 디자인의 핸드폰, 아무렇지 않게 집어 가는 몸에 밴 습관, 그리고 다른 일에 몰입하는 순간 부주의로 인해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치매 예방을 위해 주의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튼 그러한 무의식 속 들고 갔던 사람이 고의가 아닐지라도 있던 곳에 갖다 놨으면 찾기가 쉬웠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은 그랬어야 했다.

“아니 내 핸드폰이 왜 여기서 나와…” 같이 황당한 해프닝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 또한 스스로 멀티태스킹을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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