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김상현 기자]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쌀 과잉 생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농산물 가격 급락에 정부가 차액 보전 등 책임 대응에 나서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담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석 236명 중 찬성 199명, 농안법 개정안을 재석 237명 중 찬성 205명으로 각각 가결했다. 표결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두 법안 모두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고 실용적 합의에 이른 사례로 평가된다.
이들 법안은 당초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거부권을 행사하며 좌초됐다. 당시 정부는 ‘막대한 예산 투입과 쌀 과잉 생산 유도 우려’를 이유로 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도 법안에 동의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사전에 조절하는 ‘안전장치’를 제도에 명문화하면서 기존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가 쌀 수급 균형 면적과 논타작물 전환 목표 면적을 미리 계획하고, 이행을 위해 농가에 충분한 재정 지원을 하도록 규정했다. 쌀이 과잉 생산될 경우에는 생산자단체가 1/3 이상 참여한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대책을 심의하고, 정부는 해당 대책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이는 과잉 상황에서도 정부의 책임을 제도화한 장치로 평가된다.
농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농산물가격안정제도’의 신설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요 품목에 대해 생산 초기부터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출하시까지 병해충 방제, 재해예방시설 확충 등 선제적 관리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시장 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는 기준가격과 평균가격 간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농가에 지급하게 된다.
초기 적용 품목은 배추, 무, 고추, 대파, 양파 등 5대 채소다. 기준가격은 생산비와 수급 상황을 반영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품목은 향후 확대될 수 있다. 수급 계획 수립부터 수매, 차액 보전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국내 농업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은 모두 2026년 8월부터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전에 지원 수준, 대상 품목, 기준가격 산정 방식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하위 법령 개정도 완료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선제적 수급조절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면서도, 농업인이 쌀과 농산물 가격 변동에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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