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거리 위의 어르신들...박승원 시장이 건넨 보험

순정우 부국장
순정우 부국장

리어카를 끌고 좁은 골목길을 걷는 노인들의 모습은 이제 도시의 아침 풍경이 됐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70세 안팎의 고령자들이다. 번화가 한복판을 느릿하게 지나가는 리어카는 때론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고, 어르신들은 빗길에도, 폭염에도, 때론 어두운 밤에도 홀로 거리 위에 있다.

광명시청_메인중앙하단_260824
안성시청_바우덕이축제_메인 하단_260908

문제는 이들이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반사판 하나 없는 리어카, 안전장비 없이 교차로를 건너는 발걸음, 밀물처럼 몰려오는 오토바이와 택시 사이. ‘도로 위 사각지대’는 바로 그들이 걷는 길 위에 있다.

이런 가운데 광명시가 던진 정책 하나가 눈길을 끈다. 경기도 최초로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을 위한 안전보험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단가 보전으로 생계의 최소한을 보장하더니, 이번엔 교통사고, 열사병, 사이버 범죄까지 포괄하는 복지 안전망을 구축했다. 보험료는 전액 시가 부담하고,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적용된다. 보험금 청구도 간편하다. 전국 어느 지자체이건 단체나 분야를 막론하고 민원이 넘쳐나는 시대다. 모두가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세상. 하지만 정작 어려움에 처한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들은 말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광명시의 정책은 크게 주목받을 만하다.

내용도 실용적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고는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교통사고 사망 시 최대 1000만원, 부상 진단 시 최대 500만원, 사이버 금융범죄 피해 보상도 100만원. 낙상, 질병, 타인에 대한 배상책임도 포함된다. 생활의 리스크를 ‘정책 언어’로 풀어낸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박승원 광명시장의 철학이다. 그는 이 정책을 단순한 행정 절차로 접근하지 않았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도시를 지탱하는 시민’으로 바라봤다. 이처럼 행정의 시선이 바뀌자 정책도 함께 바뀌었다. “안전과 생활을 함께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고 싶다”는 시장의 말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때론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사람을 먼저 보고 그들의 자리에서 답을 찾는 일. 광명시가 보여준 이번 정책은 ‘약자를 위한 행정’이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위험한 리어카 한 대를 지나는 오늘, 도시가 그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우리는 묻고, 또 답해야 한다. 오늘 아침 이 소식을 접한 기자는 이 정책이 더 많은 시·군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수원특례시의회_08 (265x118)
260623_인천도시공사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 기사

0개의 댓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