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기고] 이천시 '두드림 건강 ON 버스'가 달리는 이유

중앙신문 기자
​​​​​​​“건강을 두드리고, 마음을 여는 길 위에서”
김제관
김제관 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 공중보건의

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지 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설성면, 율면, 장호원읍 마을회관을 찾아가는 일이 낯설었다. 침을 놓기 위해 매트를 펴고 앉는 순간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손에 침을 든 채 어르신 옆에 자연스레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낯설던 일상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같이 출장 다니던 보건소 직원도 여러 번 바뀌었고, 사업 규모도 많이 커졌다. 올해부터는 '두드림 건강 ON 버스'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 작년부터 이천시가 운영 중인 이 사업은, 의료 장비가 탑재된 순회 버스를 타고 의료 취약 지역의 복지관, 경로당 등을 찾아가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혈압, 혈당, 빈혈, 골밀도 검사부터 인바디, 목·다리 마사지, 침 치료, 구강검진까지 한자리에 준비돼 있다.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상담과 교육도 병행된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순회 진료지만, 내용은 단단하고 넓다. 시골이라고 금방 적응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출장을 나가 보니 예상보다 더 깊은 산과 외진 마을이 많았다. 차가 없거나,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갈 수 없는 사연을 듣고 나면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 '두드림 건강 ON 버스'는 그래서 단순한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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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은 매주 다니지만, 어르신에게는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기회일 수도 있다. 짧은 만남이라도 통증을 조금 덜어주고, 키우고 있던 병을 조기에 발견해 병원으로 안내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침을 맞고 “바로 괜찮아졌다”며 놀라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몸이 피곤할 때도 있고, 가끔은 서운한 말도 듣는다. 하지만 “고마워요”, “와줘서 좋아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이 일의 ‘두 번째 월급’이 바로 그것이다.

공중보건의사로 남은 시간은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언젠가 이천 어딘가에서 ‘두드림 건강 ON 버스’ 현수막을 다시 보게 된다면, 아마 반가울 것이다. ‘아직도 달리고 있구나, 누군가가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앞으로도 이 버스가 이천시 곳곳을 누비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수단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작은 보람을 느끼는 누군가가 계속 함께하길, 조용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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