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두물머리] 장애를 만드는 건 사람인가, 사회인가

강상준 기자
강상준 기자
강상준 국장

4월20일인 오늘은 제45회 장애인의 날이다. 누군가에게는 무심히 지나가는 하루일지 모르지만, 어떤 이에게는 1년을 견디며 기다려온 '존재를 기억받는 날'일 것이다. 그만큼 뜻 깊다. 우리는 종종 장애라는 단어를 몸의 결함으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진짜 장애는 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전동휠체어를 탄 이가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턱을 넘지 못해 되돌아서는 그 순간. 점자 안내가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각장애인이 두리번거리다 손끝을 더듬는 그 풍경 이 모든 불편은 개인이 만들어낸 게 아니다. 사회가 우리 모두가 만든 벽이다. 얼마 전에도 사람들이 많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휠체어 탄 장애인은 층 버튼을 누르지 못해 고민하는 눈치였다. 옆에 있던 젊은이가 바로 '몇 층 가세요'라며 버튼을 눌러줬지만, 생활 곳곳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 젊은이처럼 눈치 빠른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그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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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언론에서 보도되는 '장애인을 도왔다'는 소식은 장애인이 얼마만큼 불편하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장애인은 불편을 감내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다. 불편하게 만든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고치는 건 누구의 몫일까. 비장애인의 몫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 위의 턱을 낮추는 일과 버스 한 칸을 조정하는 일 그리고, 공공시설의 버튼을 옮기는 일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일들이다. 오늘(장애인의 날)을 맞아 다시 생각해 본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아니라, 장애를 느끼게 되는 사회 누구나 일상이 존중받는 세상,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진짜 포용의 시작이다. 차별 없는 구조 함께 걷는 일상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당연한 듯 누리는 것들. 걸어서 학교에 가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일상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용기를 내야만 가능한 도전이다. 점심 한 끼를 사 먹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마음껏 누릴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공정한 사회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장애인이 불편이라는 이름의 벽 앞에서 멈춰 서고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게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환경을 바꾸는 건 누구의 책임인가 말이다. 바로 그 환경을 만든 비장애인인 우리다.

장애인 인권헌장 제1조는 말한다. “장애인은 모든 인간이 누리는 기본 인권을 당연히 누려야 하며 그 인격의 존엄성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 말은 선언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만드는 첫걸음은 시설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휠체어가 지나는 길은 유모차도 노인도 잠시 다리를 다친 사람도 함께 쓸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구조는 결국 모두를 위한 길이 된다. 그렇게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진짜 포용이다. 누구나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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