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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세상구경] 나무는 인간을 지키는 버팀목

강상준 기자
18일 오후 1시30분께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를 찾은 아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장은기 기자)
[공감, 세상구경] 나무는 인간을 지키는 버팀목. (사진=중앙신문DB)

식목일이면서 한식인 오늘(5일) 봄비가 내리고 있다. 이어지는 건조한 날씨 탓에 내리는 비를 두고 누구는 단비라고 표현한다. 매년 4월5일 식목일(植木日)은 말 그대로 나무를 심는 날이다. 약 76년 전인 1949년 정부는 전쟁으로 황폐화된 산림을 되살리기 위해 식목일을 휴일로 제정하고 나무를 심었다. 그러다가 2006년 정부는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지금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나무를 심는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유익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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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우리 인간들을 지키고 있다. 학창 시절 봄이면 삽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가 어린 묘목을 심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 지시에 따라 조심스레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은 뒤 손바닥으로 흙을 꼭꼭 눌렀다. 그때는 그저 숙제 같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참 귀한 경험이었다. 50여년이 흐른 비 내리는 식목일인 오늘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 친구들과 심었던 나무는 잘 자라고 있을까? 바람과 비를 견디며 제법 굵은 몸통을 가진 나무로 자라났을까? 아쉬운 마음도 든다. 당시 그 나무에 이름표라도 달아두고 해마다 한 번씩 찾아가 잘 자라는지 들여다봤다면 어땠을까. 마치 오랜 친구처럼 오랜 제자처럼 말이다.

나무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심는 데는 몇 분이지만 자라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그 긴 시간 동안 말없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더운 날엔 우리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비바람에는 방패도 돼준다. 지금 우리는 다시 나무를 심고 있다. 탄소중립과 산불 예방, 기후 위기 대응 등 그 명분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같다. 나무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생명이다. 최근 경북과 경남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보면 더욱 절감한다. 숲은 사라지기 쉬운 자산이지만 한 번 사라지면 회복에는 수십 년이 걸린다. 올해도 식목일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나무 심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산불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북, 경남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이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릴 수 있는지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식목일은 단지 행사가 아니다. 나무를 심는다는 건 기다림을 심는 일이고, 희망을 묻는 일이다. 눈앞의 성과를 바라지 않고 시간이 키워줄 미래를 믿는 일이다. 비록 식목일은 공휴일에서 제외됐지만, 그 의미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작은 묘목을 심고 있을 것이다. 올해 식목일엔 산에 올라 나무를 심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다짐 작은 변화라도 괜찮다. 언젠가 오늘 심은 그 마음이 누군가의 그늘이 되고 쉼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어지럽다. 마음마다 곧게 잘 자라나는 나무를 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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