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꽃이 핀다. 자연은 살아나는데, 사람은 죽으려 한다. 날씨가 추우면, 몸과 마음이 완전히 얼어붙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생각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실제로 '살자'는 봄에 증가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살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우리나라 5대 사망 원인은 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그리고 '살자'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살자'로, 20대 사망 원인 중 절반 이상(52.7%)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왜 '살자'를 할까? 단순히 지금 아프고, 고통스러워서는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독감에 걸려 2~3일 동안 고열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자살을 생각하진 않는다. 왜일까? 곧 좋아질 거라는 미래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고통에 더해 미래의 절망이 합쳐지면 '살자'를 한다.
세상에 죽고 싶은 생명체는 없다. 만약 내가 지금 죽고 싶다면, 마음이 아파서 그렇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다리가 부러진 사람에게 '의지로 걸어봐'라고 하지 않듯, 마음이 부러진 사람에게도 '정신 차려'라고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약하지 마', '강해져라'라고 말하곤 한다. 특히 '정신일도 하사불성',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 '헝그리 정신' 같은 말들이 넘쳐나는 나라, 대한민국. 개인의 의지만을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OECD에서 항우울제를 가장 적게 먹는 대신 자살률은 가장 높다. 마음의 문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우울증약을 많이 복용하는 나라는 자살률이 낮고, 우울증약을 안 먹는 나라는 자살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후자다.
날이 추우면 보일러를 켜고, 더우면 에어컨을 튼다. 만약 보일러나 에어컨이 있는데도 '겨울은 원래 추운 거니까 참아라'. '여름은 원래 더운 거니까 참아라'라고 한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왜 겨울이 추운지 몰라도 추우면 보일러를 켜듯, 왜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몰라도 가라앉으면 올려야 한다. 왜 여름이 더운지 몰라도 에어컨을 켜듯, 왜 들떴는지 몰라도 너무 올라가면 내려야 한다. 때로는 보일러를 켰는데도 추울 때가 있고, 에어컨을 켰는데도 더울 때가 있다. 그래도 딱 세 번 정도만 조절하면 좋아진다. 한국인답게 딱 세 번만 약을 먹어보자. 마음이 봄날처럼 따뜻해질 것이다.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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