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인 오늘이 절기상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24 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보통 3월5~6일에 해당된다. 경칩인 이 날은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놀라 깨어난다'는 뜻이다. 경칩(驚蟄)을 한자로 풀이하면 놀랄 경(驚), 숨을 칩(蟄)으로 '겨울잠을 자다 놀라 깨다'로 해석된다. 즉 '겨울잠을 자던 벌레나 동물이 놀라 깨어난다'는 의미다. 이 말 그대로라면 지금쯤 개구리들이 풀숲과 논바닥에서 뛰어다니며 봄소식을 알릴 법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기자가 살고 있는 경기지역 하천가와 논 이곳저곳 찾아 뒤졌지만 개구리 한 마리 못 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논바닥을 살폈더니, 그늘진 곳엔 아직도 얼음이 남아 있었고, 양지바른 곳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물기마저 마른논에서 개구리울음소리를 기대한 게 어리석었던 걸까. 개구리가 깨어나기는커녕, 겉으론 봄이 왔다는 흔적조차 희미하다.
개구리들이 요즘 경칩이라는 절기를 모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개구리들의 알람시계가 고장 난 걸까? 개구리는 왜 보이지 않을까? 사실 경칩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개구리가 나오는 건 아니다. 기온이 충분히 오르고, 땅이 녹아야 겨울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올해는 유난히 늦게 찾아온 눈·비 내리는 날씨로 들쭉날쭉했다. 몇 주 전만 해도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하더니, 갑자기 한파가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개구리들도 이런 날씨에 헷갈릴 법하다. 땅속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가 아직 춥다는 걸 깨닫고 다시 움츠렸을지도 모른다. 경칩은 절기일 뿐, 개구리가 무조건 나와야 하는 법은 없는 셈이다.
한편으론 '환경적인 요인으로 없어진 걸까'는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 개발이 덜 됐을 때 살던 개구리는 점차 습지가 사라지고, 논밭은 정비되고, 도랑과 웅덩이는 매립되고, 농약과 환경오염으로 개구리 개체 수도 줄어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환경변화로 '경칩이니까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공식은 더는 없는 것 같다.
개구리를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은 건 아니다. 아웃렛과 시내 상점가 쇼윈도는 벌써 봄옷이 차지했다. 하천가 갈대밭에는 벌써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참새들이 지저귀고, 온도가 오르고 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경칩은 절기지만, 자연의 시간표는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개구리는 조금 있으며 분명 다시 나타날 것이다. 개구리를 기다리는 대신, 개구리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환경을 보호하는 그런 생활 말이다. 바뀌지 않는다면 아마도 개구리를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각종 소식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경칩이 되어도 개구리나 곤충들이 예전처럼 바로 깨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경칩'이라는 절기가 이제는 자연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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