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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자의 단상] 춘설, 경칩 앞둔 마지막 겨울 인사

오기춘 기자
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

3월3일 봄이 한창일 거라 기대했던 날 아침 창밖 모습이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뜻밖의 손님을 만난 기분이다. 따스한 햇살과 훈풍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춘설(春雪)은 반가운 놀라움이자 작은 장난 같다.

더 흥미로운 건 이틀 뒤가 바로 개구리를 생각나게 하는 경칩(驚蟄)이라는 점이다. 경칩은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우리나라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다. 봄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날인데 그 직전에 눈이 내리다니 마치 계절이 마지막 힘을 다해 겨울을 붙잡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춘설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침에 소복이 쌓였던 눈은 햇볕이 들면서 금세 녹아버린다. ‘봄눈 녹듯이’ 사라진가는 말이 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다. 눈 녹듯 사라지는 모습이야말로 춘설의 특징이자 가장 큰 매력일거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지난 2022년 3월19일에도 내가 사는 경기도 지역에 춘설이 내려 개화한 개나리와 산수유꽃망울에 눈이 소복이 쌓인 적도 있으니 이번 춘설은 그다지 늦은 것만은 아니다. 약 3년 전 그날의 풍경은 이랬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얼굴 내밀던 산수유꽃과 개나리꽃, 각종 새싹들이 19일 내린 ‘춘설’에 잔뜩 움츠린 모습니다. 시골 마늘밭에는 춘설 맞은 마늘 싹들이 더욱 파릇파릇해 보인다” 이맘때 내리는 춘설은 마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찾아오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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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서서히 봄옷을 꺼내 입고, 꽃 피는 날을 기다리는 시기인데, 겨울이 남긴 흔적이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추위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금방 사라질 것을 알기에, 춘설은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순간을 선물한다.

곳곳에선 올해 들어 늦게까지 기승을 부린 한파로 말썽이다. 매화축제가 시작된 경남 양산 원동마을엔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야 할 매화군락에 매화가 온데간데없다고 한다. 때문에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한 테이블도 텅 비어 상인들이 울상이라는 소식이다. 그런걸 보면 사람들은 흔히 봄이면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의 흐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봄에도 눈이 내릴 수 있고, 겨울 끝자락에서도 따스한 기운이 스며든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은 잠깐 머물다 사라질 춘설일 뿐이다.

오늘 내린 춘설도 곧 녹아버릴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경칩이 오면, 개구리도 깨어나고, 땅속의 생명들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할 것이다. 겨울이 남긴 마지막 선물 같은 눈을 보며, 다가오는 봄을 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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