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당구가 꽤나 유행이다. 당구 시합 방송이 많아지고 상금도 높아지면서, 국민들 관심이 많아진 이유도 한몫하는 것 같다. PBA팀 리그 당구 경기를 보면, 게임 방식이 참 다양하게 이루어져 재미를 더하고 있고, 당구 마니아들은 당구 프로 선수들의 예술 구 같은 3구 쓰리쿠션을 보면서 감탄들을 많이 한다,
모두가 참 잘 치고 있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 당구인들 얘기다. 지금의 그들은 시스템 당구를 친다.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삼각형을 그리며, 감각적으로 쳤는데, 그 감각적으로 치는 방법으로는 당구 고수가 될 수가 없다. 그러니 당구를 처음 배우는 분들은 반드시 시스템 당구를 배울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지금의 당구장을 보면 80년대 당구장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듯하다.
나의 20대 당시에는 낮에는 자장면을 먹으면서 당구에 미쳐 쳤다. 사각 천장이 당구대로 보였다. 그리고 환기도 잘 안 돼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밤새워 당구를 치던 시절이었으니 미쳤다는 말이 맞을 듯싶다. 그때 나의 당구 점수는 500점을 쳤고, 흔히들 당구비로 소 한 마리 잡았다는 말들을 하곤 했다. 그리고 70-80년대에는 성인 놀이 문화로 당구가 가장 많이 유행하던 시절이다. 당구장에서 자장면이나 짬뽕을 먹으며, 밤새워 치다가 진 사람이 식비와 당구 비 독박 쓰기를 하곤 했다. 참으로 치열한 청년기의 게임 방식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것이 30대부터 당구에 흥미를 잃으면서 당구장에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특히 80년대 당구장에서 기억이 남는 것은 '300 이하 맛세이(외래어) 금지'라는 푯말이다. 당구장에 들어서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주인장이 매직펜으로 쓴 듯 삐딱하거나, 잘 쓴 글씨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맛세이는 큐를 완전히 세운 뒤 당구공 당점을 아래로 정확히 찍어 내려야 스핀을 먹은 당구공이 목적구로 휘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력자가 아니면 어려운, 예술 구 중 하나인데 당구 하수들은 큐를 잡은 손목의 스냅 놀림이 완숙하지 않아 종종 맛세이를 잘 못 찍어서 라사지라는 당구 다이(외래어)를 찢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리고 이는 '원인자 부담'으로 ㎝당 손해를 배상했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주인장들이 눈감아 버리곤 했었다.
어느 당구장이든 동네 죽돌 이들이 항상 당구장에는 북적되었고, 그 죽돌 이들이 당구장을 먹여 살렸다. 또한 죽돌 이가 없는 당구장은 운영이 어려웠다. 요즘은 PBA를 보며 당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기면서, 당구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주인장과 당구를 치고 있지만, 프로 선수들의 수준 높은 당구 기술을 보면, 당시 나의 실력은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한 것이었다. 또한 큐대를 잡아본 지 30년이 넘었고, 안경을 쓴 탓에 각도가 어긋나게 보이게 되어 실력은 예전만 못하다. 또 손목 스냅과 힘 조절도 예전과 전혀 달라서 대 대에서의 당구 실력은 절반의 실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요즘의 나는 저녁 시간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라서 그 무렵 당구장에를 자주 가게 됐다.
손님이 거의 없는 당구장에는 주인장 혼자 식사하기 불편했는지, 연습 당구를 치고 있는 나에게 라면을 끓여 주면서 같이 먹자고 한다. 그래서 주인장에게 "당구장에서는 자장면이라 하는데 자장면이나 시켜 달라"하니 제가 라면을 잘 끓인다면서 라면 먹기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당구장 주인장은 라면을 먹을 때마다 김치를 내오는데, "어? 이 집 김치 맛있다"라는 감탄이 속으로 나오게 됐다. "당구장에서는 자장면"이 맛있다는데 이건 뭐지?
그러다 어느 식당 주인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요즘 식당에서는 김치를 마트에서 사다가 손님들에게 내오는 데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김치를 직접 담아 손님에게 내놓은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손님을 대하는 진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여긴 식당도 아닌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혹시 이 당구장 식당 하는 것 어떠냐고 물어보니, 당구장 주인장은 웃으며, 직장을 다니면서 당구장을 투잡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그럴 생각은 없다며, "오랫동안 혼자 살고 있어 지인 분들이 담근 김치를 많이 주신다"면서 본인이 담근 김치는 아니라는 말에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당구장 주인의 '김치 저장법'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공짜로 라면을 2개월이나 끓여주고 맛있는 김치까지 내준 주인장의 후덕한 인심이 김치 맛을 더 해 준 것 같았다.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김치라서 '숙성'이 더욱 잘 된 것일까? 아무든 2 개월 여 동안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김치와 라면을 끓여 준 당구장 주인께 정말 감사하기만 하다.
그런데 60대 중반의 나이라서일까? 당구 실력과 집중력이 전혀 안 늘고 있어 프로가 되고 싶은 당구치 기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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